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운동(運動)과 범죄(犯罪)사이

터사랑1 2017. 12. 10. 21:20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1130()부터 127()까지 8일간 9기 민주노총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을 선출하는 투표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6일까지, 7일간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모바일등을 통한 투표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일을 하루 연기해서 7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8일간 진행된 투표에서 조합원들의 투표참가율은 53% 수준이었고, 이는 2014년 진행된 8기 선거때보다 10% 가까이 투표율이 줄어든 결과라고 합니다.


 


이번 선거에는 4팀의 후보가 출마했으며, 과반수를 차지하는 후보자가 없어, 다득표자 2팀을 대상으로 1215()부터 21() 18시까지 결선투표를 진행해서, 새로운 임원을 선출할 계획입니다. 이번 선거와 함께 각 지역본부 본부장/(수석부본부장)/사무처장을 선출하는 투표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서울, 강원, 경북본부는 투표에 참가한 조합원이 과반수에 달하지 않아서 선거자체를 새로 진행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무관심, 그리고 낮은 참여율

이번 투표를 통해서 확인된 것은 민주노총 선거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 않다는 것과 그에 따른 결과이겠지만, 투표율이 낮다는 것입니다. 투표참여율이 낮은 것은, 자신이 속한 사업장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상급조직(연맹 또는 민주노총)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자신의 근로조건과 관련한 교섭을 진행하는 (초기업단위/기업단위) 노동조합 선거의 경우에는 조합원들의 관심이 높지만, 그 외 단위의 선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상급단위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조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조합원들의 무관심과 낮은 투표율은 묻지마 투표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최근 진행된 금속노조 임원선거에서 부위원장의 경우 번호순서대로 지지율이 나타난 것을 통해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금속노조는 2001년 출범이후 지금까지 조합원 직선을 통해서 임원을 선출해 왔습니다. 10년 이상, 적어도 4-5회의 투표를 해 온 조합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조합원의 무관심과 묻지마 투표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민주노총을 비롯한 상급조직이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조직으로 될 수 있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할 것입니다.

 




운동(運動)과 범죄(犯罪)사이

이번 선거과정뿐 아니라 최근 조합원 직선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문제는 대리투표로 보입니다. 민주노초 등 노동조합의 상급조직에 출마하고자 하는 후보들은 단지 사업장 문제만이 아니라 대정부, 대자본과 관련한 정책등을 내놓고 조합원의 선택을 받고자 하고, 지지를 호소합니다.

조합원들은 자신들과 직접 상관이 없는 투표라고 생각하고 간부들에게 누구 찍어야 돼?’라고 노골적으로 묻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정도는 애교라고 생각합니다. 간부들은 그나마 관심이 있어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있고, 조합원들에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할 수도 있지요. 조합원들간에도 서로가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운동(運動) 중 하나겠지요.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는 사업장이 제법 보이고 있습니다.

투표를 하지 않은 조합원을 투표한 것처럼 하고, 임의로 투표를 진행하는 경우가 보입니다. 심지어 60여년 전 3.15부정선거를 연상시키게 하는 투표용지가 수십장씩 투표함에 함께 들어가 있는 경우까지 확인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노동조합을 해 온 사업장보다는 신규사업장에서 많이 드러나고, 의외의 산별조직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정도면 운동(運動)이 아니라 범죄(犯罪)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더 이상의 범죄(犯罪)는 안됩니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바꾸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장(또는 산업)에 노동조합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간부들을 양성해가고 있습니다. 그 간부들에게 노동조합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고 교육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간부들에게 (민주노총을 비롯한) 선거를 통해서 상급조직 선거과정을 통해서 운동(運動)이 아닌 범죄(犯罪)’를 가르친 것은 아닐까요?

 

다시 결선투표가 진행되고, 이후에도 수많은 조합원 직접 선거가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운동(運動)이 아닌 범죄(犯罪)’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범죄(犯罪)를 떠나서 노동조합 운동의 정당성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요.

 

저도 다시 한번 돌아보겠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다시 한번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