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다시 머리띠를 묶는다!!

터사랑1 2018. 3. 15. 15:48

이 글은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발행하는 '경남노동자신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중형조선소 대책, 숨어서 발표한 국책은행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은행장들이 참석한 속에 38() 오전1120분경부터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stx조선과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하는 장소에 대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국내 조선산업에서 중형조선(정부에서는 중견조선소라고 한다.) 회생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고, 많은 관심을 갖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장은 인터넷 및 전원사용이 되지 않았고, 생중계방송 송출이 안된다는 사전안내와 함께 그동안 수출입은행 및 산업은행 담당 기자들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참석자를 제한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인터넷 강국에서, 그것도 가장 막중한 업무를 진행하는 기관 중 하나인 산업은행 본관에서 인터넷도 안되고, 생중계는 물론 그 흔한 전기조차 사용할 수 없다는, 그것도 제한된 인원만 참석하는 기자회견 방식의 발표를 이해할 수 있는가?

 


<3월 14일 성동, stx 조선을 살려내라는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금속노조>


결국 구조조정만이 살 길?

이런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표된 내용은 설마를 넘어선 내용이었다.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방안을 마련하고, 채권단은 그 과정에 구조조정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것이고, stx조선의 경우 고강도 자구계획을 통한 사업재편 추진을 통해 회생을 한다. , 49일까지 고정비용 축소등의 고강도 자구안에 대한 노사확약서 제출을 요구하고, 제출되지 않을 시 원칙대로 처리한다고 발표를 했다.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2016년말부터 사실상 선박수주을 막아와서 수주를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주된 선박이 없어서 법정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stx조선의 경우 현재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2,000여명이 일을 하고 있는데, 수주된 선박의 생산이 조금씩 늘어나면 적어도 1,5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더 고용되어야 하는 상황인데,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이다. 일하고 있는 멀쩡한 정규직 노동자마저 비정규직으로 가라는 것이다. 결국, 이런저런 이름을 달았지만 두 조선소 모두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이고, 그 이유는 돈이 안된다는 것이다. 적자냐 흑자냐를 중심으로 바라본 철저히 금융논리에 따른 결론이었다.

 


대통령만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상황?

중형조선소 회생과 관련한 기대치가 높았었다. 특히, 문재인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은 물론 당선된 이후에도 회생에 대해 많은 발표를 해 왔다. 대통령은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금융의 시각만이 아니라 산업적 측면과 지역경제를 고려해서 회생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를 한 상황이었기에 기대치는 높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38일 발표된 결과는 이명박근혜정부에서 무수히 들어왔던 내용에서 한발도 벗어나지 못한 내용이었다. ‘지역경제대책이라고,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사업장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를 거론하지만, 식당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가족과 함께 밥을 먹으러 올 노동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어떤 식당이 제대로 되기를 기대하는 지 모를 지경이다.

대통령은 중형조선소 회생을 진심으로 바라고, 대책을 주문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를 실행해야 할 단위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 오지 못했고, 결국 이명박근혜 정부 때 부터 노른자리를 차지 않고 앉아 있던 관료들과 은피아들이,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 온 정책을 그대로 대책이라고 내놓은 모양새다.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 3월 14일 금속노조 주최의 중형조선 회생촉구 결의대회에 참가자들이 글자판을 들고 있다.   사진 - 금속노조>


다시 머리띠를 묶으며!!

정부에서 철저히 금융논리로 두 조선소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겠다면, 우리는 이에 맞서 싸울 수 밖에 없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발표한 대책에 대한 설명과 함께 투쟁계획을 결정했다. 14일 두 조선소와 함께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등 대규모 조선소를 포함한 조선노동자들이 성동, stx조선 정상화 결의대회를 가졌고, 320일부터는 전 조합원들이 서울 정부종합청사 주변에서 중형조선 회생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순환 노숙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44일경에는 전국 조선산업 노동자들이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전국 단위 투쟁을 만들어가고, 지역에서도 어떤 투쟁을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조선노동자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도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다.

 

조선산업의 어려움은 철강, 일반기계 등 많은 산업에서 여파가 확인되고 있다. 조선산업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선노동자들의 문제는 전체 노동자들의 문제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머리띠를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