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각종 노동조합

성동조선해양 법정관리 관련 의견서

터사랑1 2018. 5. 17. 21:55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5월 14일부터 안진회계법인에서 실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사를 진행하기도 전에 회사측에서 '인적 구조조정'을 들먹이는 등 무엇을 위한 법정관리인지 의문을 가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오늘 성동조선해양 조합원을 비롯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들이 법원 앞에서 집회를 갖고, 파산부 판사 면담을 가졌습니다. 

그 면담에 노동조합의 입장으로 전달한 내용입니다. 



<성동조선해양 법정관리에 따른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 의견서>

 

존경하는 판사님.

 

1.성동조선해양에는 한때 수 천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일을 했던 사업장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1,200여명에 불과한 상황이며, 이마저도 장기 휴업 상태입니다.

 

2. 2010년 자율협약 이후 회생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고, 금융중심이 아니라 산업적 측면과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등을 고려해서 조선산업 관련 정부정책 마련을 촉구해 왔습니다. 그리고 201838일 정부정책 발표를 통해 법정관리 신청이 결정되었고, 322일 법정관리 신청을 해서 420일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514일부터 회계법인의 실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3. 그런데 인사파트에서 작성되었다고 하는 ‘2018년 인력 구조조정 계획()’에는 관리직 인원의 40% 이상, 생산직 인원의 80% 이상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희망퇴직으로 되지 않는다면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해고(정리해고)까지 하겠다는 계획이 나와 있습니다. 해당 당사자 중 하나인 노동조합과의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회계법인의 실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정규직 노동자의 구조조정부터 계획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법정관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stx조선은 1년 넘는 시간동안 노사간 자율교섭이란 이름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사무직/생산직을 포함해서 1,000명이 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장을 떠나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조선업 일자리 희망센터에는 ‘stx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를 뽑는다.’는 광고가 붙어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모습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계획서의 실체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4. 514일 조선산업 관련 기사를 많이 다루는 ‘EBN’에서 한국 해운선사들이 새로운 선박 건조를 중국 조선소에 발주했다는 우울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중국에서는 선사들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해 자국 조선업계에 선박 발주를 단행할 수 있게끔 지원하고 있지만, 한국은 금융권에 해당 계약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주 건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RG를 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성동조선해양도 몇 차례 선박수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채권단은 저가수주라고 주장하며 RG를 발급하지 않았고, 결국 수주는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회사에서 20184월 밝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토지를 비롯한 누적 손상차손이 3,600억에 이른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과다하게 손상차손을 적용하면, 어떤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현실적으로 RG발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도록 실사가 진행되기를 희망합니다.

 

5. 선박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선사들을 중심으로 수백척의 벌크선 발주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수십개에 이르던 중형조선소 중 이제 남은 조선소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 중에서도 성동조선해양은 야드 및 도크, 그리고 노동자들의 숙련된 노동력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영업활동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6. 성동조선해양의 위기는 지역민들에게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통영 안정공단상가번영회 회장이 지난 3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위의 135곳의 상가 중 90여 곳이 폐업을 했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자영업자들도 성동조선해양이 정상조업을 할 때와 대비해 10~30%수준의 매출을 올릴 뿐입니다. 숙박업종은 관리비만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방을 내어 줄 정도로 피폐해 졌습니다. 통영시와 고성읍 내 상인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7. 요즘 새로운 산업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영에 있는 신아sb 토지에 대해서도 한국판 말뫼를 거론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신아sb가 가지고 있던 고용과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성동조선해양 아니 어쩌면 통영/고성 지역경제의 미래가 이번 법정관리 과정을 통해 결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절망을 안고 가는 과정이 아니라, 조금 힘들더라도 전체가 함께 갈 수 있는 회생과정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2018517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 조합원 일동




<법원 앞에서 가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 경남지부 간부 및 성동조선해양 조합원 등 600여명이 함께 했습니다. 사진-삼성테크윈지회>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판사 면담을 위해 법원으로 가고 있습니다. 

탄원에는 노회찬, 심상정, 이정미, 김종대, 추혜선, 윤소하 의원 등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 6명을 비롯 9,863명이 함께 했습니다.>


<법원 앞에서 탄원서를 들고 서 있습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진창근 부지부장이 법원 관계자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법원 민원실에 쌓여 있는 탄원서>